[DJ entertainment]



 
작성일 : 13-10-24 14:59
[BIFF인터뷰] 설경구보다 바쁜 ‘야쿠르트요원’ 라미란
 글쓴이 : DJ ENT
조회 : 4,028  

[BIFF인터뷰] 설경구보다 바쁜 ‘야쿠르트요원’ 라미란
“단역이어도 좋다, 배우여서 행복하다”


 
인터뷰365 이희승굳이 주‧조연을 나누지 않더라도, 주연보다 더 빛나거나 눈에 띄는 배우가 있기 마련이다. ‘이 배우가 그 배우였어?’라고 놀라는 부류인 이들을 우리는 ‘신스틸러(scene stealer)’라고 부른다. 돌이켜 보면 이런 배우들은 ‘소리없이 오래’가거나 결국엔 주연 자리에 앉았다. 이들에게 ‘잊혀짐’이란 없어 보인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버틴 내공과 연기에 대한 열정이야말로 거품인기로 소비되는 배우들과는 태생적으로 틀리기 때문일 거다.
그런 면에서 라미란은 기필코 주연으로 거듭날 여배우임이 틀림없다. 드라마는 고작(?) 7편이지만 영화만 28편이다. 지난 2005년 영화 ‘친절한 금자씨’부터 시작해서 ‘스파이’ ‘소원’까지 8년만의 필모그래피 치고는 어마어마하다. 소리없이 묻혀지기엔 뮤지컬과 연극 등 무대에서 다져진 라미란의 연기 본능을 확인한 PD와 제작자가 너무 많은 것도 한몫 했다. 오죽하면 ‘스파이’로 인터뷰를 신청할 당시 “영화에 출연한 배우 중 가장 바쁘다. 차라리 주연배우인 설경구는 어떠세요?”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
하지만 직접 만나본 라미란은 겸손하고, 소박했다. 지금의 바쁜 일상도 “전형적인 하우스 푸어라서 열심히 벌어야 한다”고 눙치면서도 “영화제 덕분에 부산에 와서 실로 오랜만에 오전 11시까지 원없이 자봤다”며 약속시간 10분 전에 호텔 라운지에 나타났다.

아이러니하게도 ‘소원’을 아직 못 봤다고 들었다.
맞다. 너무 바쁘기도 했고, 현장에서 너무 울어서 볼 용기가 나지 않더라. 인터뷰가 끝나고 바로 예매 해둔 극장에 가야 된다.(웃음) 반응이 좋으니까 기분 좋게 보러 가려고 한다.(이날 ‘소원’은 박스오피스 2위에서 1위로 등극했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도 얼마나 울음이 벅차오르면서 읽었는지 모른다. 배우들이 현장에서 너무 우니까 나중에는 ‘이제는 눈물이 말라서 잘 할 수 있어’ 이러고 촬영 들어가면 또 울고 그랬던 영화다. 결과물이 좋으니까 배우로서는 신난다. 이제는 편히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영화에서 극중 이름도 그냥 ‘영석엄마’다. 사실 수많은 영화에서도 ‘중년 여선생1’ 맞선녀2‘ 등 제대로 된 이름이 없었는데 서운하지 않나.
처음부터 영화 데뷔작인 ‘친절한 금자씨’에서는 오수희란 당당한 이름으로 가서 그런가.(웃음) 작지만 나에겐 소중한 역할들이라 여기에 불만은 없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소원’은 설경구 선배가 ‘스파이’ 때 나를 보고 추천했다더라. 이준익 감독님도 내 존재를 모르고 계셨다. 그러다 만나서 아래 위를 훑으며 보시는데 척 보기에도 애엄마 같으니까 단번에 합격한 것 같다. 나는 영석엄마를  약간의 미안함이 있는 캐릭터라고 봤다. 영화에서는 자세히 안 나오지만 그런 몹쓸 짓을 당한 아이가 옆집 소원인 걸 모르고 막 떠든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랄까. 결혼과 임신으로 2년 정도 쉬다 운좋게 영화로 건너왔기 때문에 모든 역할이 너무 소중하다. 그리고 이렇게 불러줄 때 더 열심히 해야지. 감히 소비된다는 생각조차 하지 말아야 된다고 본다.

쉽게 소화해 내지 못하는 역할들이 들어오는 것 같다. ‘친절한 금자씨’에서 성적으로 학대당한 죄수나 최근작인 ‘연애의 온도’에서도 유부남인 직장 상사와 눈맞는 은행원 역 등, 같은 사람으로 보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나.
영화 데뷔작을 찍은 것도 극적이다. ‘금자씨’의 마녀로 나오는 캐릭터가 바짝 마른 여자들을 싫어하는 캐릭터였지 않나. 몸매 좋은 간통녀와 바람피운 남편을 불에 구워 먹은 여자다. 그래서 마르지도 뚱뚱하지도 않은 어중간한 체형이 필요했는데 그때 결혼과 출산을 경험하며 한 2년 쉬며 부은 몸을 하고 있었던 내가 눈에 띈 거다.(웃음) 임신 당시에 14kg이 쪘는데 아들이 태어날 당시 4.2kg이었다. 그런데 4kg만 빠지고 몸무게 변동이 없었다. 그러다 운좋게 영화 쪽으로 건너오게 됐다. ‘연애의 온도’는 사실 그런 콩가루 은행이 어딨겠나.(웃음) 유부남 상사와 연애하다 다른 남자와 결혼했는데, 전 애인이 이혼하고 돌아오자 결국엔 자기도 이혼하고  맺어지는 커플이 나오니까. 게다가 내가 맡은 역할이 마지막에 임신한 상태로 나와서 말이 많았다. 그 영화를 만든 노덕 감독님이 정말 재미있는 분이라 찍으면서도 소재와 다르게 유쾌했다. 주인공들이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는 것들은 모두 감독의 경험담이란다. 그러니 얼마나 생생하겠나.

라미란 필모그래피에서 찾은 스틸컷들. 그의 이름을 몰랐어도 얼굴을 보면 아하~ 그 배우 할 것이다.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 영화 ‘소원’ ‘댄싱퀸’ ‘연애의 온도’ ‘스파이’

종편 드라마 ‘맏이’에 나오는 것은 개인적인 기억에 기반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드라마와 같이 5남매는 맞지만 난 막내다.(웃음) 사실 은유가 멋지고 말의 표현이 재미있어서 출연하게 됐다. 트렌디 드라마가 가지지 않은 특유의 맛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거든. 비중은 작지만 현장에 갈 때마다 많이 배운다. 드라마 ‘상속자들’은 7회 대본까지 나왔는데 아직 소식이 없다. 이러다 안 하는 건 아닌지 몰라.(웃음) 모든 작품들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유년시절 경험이나 추억이 들어간 작품들에는 아무래도 애정이 있다. 살면서 경험하는 것들.

‘막돼먹은 영애씨’의 추석 방영편은 공감을 많이 했다. 시댁에 가기 싫어서 최대한 늦게 내려가려는 며느리 역할이 정말 실감나던데.
아우~‘영애씨’의 작가들은 정말 천재다. 어쩌면 그렇게 맛깔나는 설정들을 써내는지. 하면서도 웃겨 죽는 줄 알았다니까. 실제로는 맏며느리이고, 1년의 5일 정도인데 왜 시댁에 충성 못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왜 동서들이 꼭 당일에 오고, 죽어도 그날 친정에 가려고 하는지 잘 모르겠더라. 일단 해야 되는 건 하자 주의거든. 올해는 처음으로 전날까지 촬영이 있어서 추석 당일 내려갔는데 역시나 동서들이 많이 안 해놨더라고.(웃음) 괜히 내가 불안해하며 뭘 만들고 기분 맞추고 그랬다니까.

남편분이 신성우씨 매니저였지 않나. 같은 계통의 일을 해서 시댁 스트레스에 대해서만큼은 확실한 버팀목이 되어주지 않았을까 싶은데.
다시 한번 말하지만 결코 내가 먼저 반하지 않았다.(웃음) 정말 뭣 모르고 결혼한 거지. 어떻게 만났냐고? (신)성우오빠와 함께 뮤지컬을 할 때였는데, 그때 춤을 같이 추는 분이 팔을 돌리다가 내 목을 심하게 친 거다. 성대가 상하고 멍이 시퍼렇게 들었는데 병원에 갔다가 현장에 다시 오니 너무 걱정을 하는 거다. 그걸 계기로 고백을 받았는데, 나는 그런 걸 장난으로 넘겨 버리는 스타일이다. 사실 배우 매니저와 출연자로 만났으니 친분이 있어 봐야 얼마나 있었겠나. 그런데 나이대도 비슷하고 해서 친해졌다. 그렇게 결혼할 때까지 공을 엄청나게 들이더라고. 그때 성우오빠가 드라마로도 대박치고 엄청 바빴을 땐데 자기가 못 오면 친구를 보내서라도 나를 출퇴근 시켰다. 1년 반 넘게.

지금은 어떤가.
늦는다고 전화 하면 알아서 들어오라고 하고 끊어버린다.(웃음) 결혼 전에, 한번 발을 빼면 안 찾는 게 이 바닥이니 활동하는 걸 다 이해해준다는 확답을 받고 했다. 시부모님 입장에서도 분칠하는 며느리에다 돈은 못 벌고 불만이 많으셨을 거다. 하지만 잘 챙겨주시고, 그런 면에서는 항상 감사하다. 우습게도 남편 이후 성우오빠 매니저를 맡은 사람도 출연 배우하고 결혼했다. 문제는 아직까지 당사자(신성우)는 못 갔다는 슬픈 진실이지.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라미란. 보랏빛 홀터넥 드레스로 멋을 냈다.

그렇다면 아들은 어떤가. 배우인 엄마를 이해하는 편인지 궁금한데.
올해 10살인데 잘 이용해 먹는 것 같다. 아들 친구들이 나를 만났을 때 “저 ‘스파이’ 봤어요”하면 으쓱해하고 그런다. 드라마 ‘장옥정’ 할 때인가. 그때 김태희와 함께 나오는 신이 있어서 누가 더 예쁘냐고 물어봤더니 “당연히 엄마가 더 예쁘지. 단지 역할 때문에 분장을 저렇게 해서 그런 거잖아”하더라. 내가 사실 주책 부리고 센 역할들만 주로 하니까 대답하기 곤란했을 텐데, 그 대답을 들으니 사회생활 참 잘할 것 같다.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동시에 점령하느라 일상은 없는 것 같다.
죽은 듯이 지낸다. 씻는 걸 싫어해 언젠가는 화장하고 3일간 지우지도 않고 돌아다닌적 도 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사람들이 알아봐 난감하다.(웃음) 돌이켜보면 가장 힘들었을 때가 결혼 후 3,4년? 그쯤이었다. 그때 모유수유를 하느라 몸이 초죽음이었는데 일을 쉬니 돈도 없었다. 마트라도 나갈 돈이 있으면 그게 나에겐 나들이인 거다. 그러다 영화를 만났으니 얼마나 날아가겠나. 하지만 압박감도 심했다. 뭔가 큰 재미를 주거나, 내 역량 이상으로 더 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었거든. ‘스파이’ 때가 특히 심했는데, 현장에서 나를 본 윤제균 감독님이 차라리 노멀하게 가자고 하더라고. 역할이 야쿠르트 요원이었는데, 시사 후에 포스터를 찍으러 오라는 거다. 의외로 내 장면에서 빵빵 터진 거다. 다니엘 헤니의 화장실 장면을 보고는 ‘제가 잡으러 갔다 오겠습니다’ 하는 대사들. 그런 변화들이 나는 즐겁다. 일상이 없어도 배우로서의 내 삶이 진짜 행복하다. 그래서 단역이어도 분량을 따지기보다는 잘할 수 있나 없다는 먼저 본다.

하지만 꼭 출연하고 싶은 영화에 밀린다던지 하는 슬픔을 겪을 때는 빨리 떠야지 하는 다짐이 생기기도 할 것 같다. ‘설국열차’도 무척 하고 싶었는데 안됐다고.
말이 와전돼서 봉준호 감독님한테 까였다는 둥 이런 기사가 났는데, 정말 아니다. 아무래도 이쪽에 있다 보면 영화소식을 먼저 접하니까 누구보다도 거기에 탑승하고 싶은 건 사실이었다.(웃음) 그런데 한국인으로는 달랑 2명(송강호,고아성)만 나온다는 거야. 나머진 죄다 외국인이고. 게다가 체코랑 해외 올로케라니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그것 말고도 비슷하게 원래 하려던 역할이 바뀌어 손만 나온다거나, 아님 그 감독의 다른 영화로 건너가는 등 파란만장한 일들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한켠에서는 박리다매 배우라는 지적도 나온다.
두렵긴 하다. 너무 다양한 캐릭터를 하니, 최선을 다 안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한 작품에만 올인 하는 배우들도 부럽고,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갈증도 무시할 수 없다. 한마디로 요즘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셈이니까. 하지만 그 사람의 몫에 맞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결심에는 변함이 없다. 나는 ‘직업’으로서 배우인 게 너무 좋기 때문에 앞으로는 다작보다는 집중 할 수 있는 캐릭터에 무게감을 더하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잠시 생각하더니) 굳이 캐릭터를 고르고 싶지 않다. 가슴절절하든, 미쳐서 광란에 들뜨든, 뭔가를 다 토해 낼 수 있는 캐릭터에 집중하려고 한다. 그게 모성이든 사랑이든 정의 할 수 없지만 내가 뭔가를 다 걸 수 있는 그런 역할이 내게 올 거라고 본다.


 
인터뷰365 이희승굳이 주‧조연을 나누지 않더라도, 주연보다 더 빛나거나 눈에 띄는 배우가 있기 마련이다. ‘이 배우가 그 배우였어?’라고 놀라는 부류인 이들을 우리는 ‘신스틸러(scene stealer)’라고 부른다. 돌이켜 보면 이런 배우들은 ‘소리없이 오래’가거나 결국엔 주연 자리에 앉았다. 이들에게 ‘잊혀짐’이란 없어 보인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버틴 내공과 연기에 대한 열정이야말로 거품인기로 소비되는 배우들과는 태생적으로 틀리기 때문일 거다.
그런 면에서 라미란은 기필코 주연으로 거듭날 여배우임이 틀림없다. 드라마는 고작(?) 7편이지만 영화만 28편이다. 지난 2005년 영화 ‘친절한 금자씨’부터 시작해서 ‘스파이’ ‘소원’까지 8년만의 필모그래피 치고는 어마어마하다. 소리없이 묻혀지기엔 뮤지컬과 연극 등 무대에서 다져진 라미란의 연기 본능을 확인한 PD와 제작자가 너무 많은 것도 한몫 했다. 오죽하면 ‘스파이’로 인터뷰를 신청할 당시 “영화에 출연한 배우 중 가장 바쁘다. 차라리 주연배우인 설경구는 어떠세요?”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
하지만 직접 만나본 라미란은 겸손하고, 소박했다. 지금의 바쁜 일상도 “전형적인 하우스 푸어라서 열심히 벌어야 한다”고 눙치면서도 “영화제 덕분에 부산에 와서 실로 오랜만에 오전 11시까지 원없이 자봤다”며 약속시간 10분 전에 호텔 라운지에 나타났다.

아이러니하게도 ‘소원’을 아직 못 봤다고 들었다.
맞다. 너무 바쁘기도 했고, 현장에서 너무 울어서 볼 용기가 나지 않더라. 인터뷰가 끝나고 바로 예매 해둔 극장에 가야 된다.(웃음) 반응이 좋으니까 기분 좋게 보러 가려고 한다.(이날 ‘소원’은 박스오피스 2위에서 1위로 등극했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도 얼마나 울음이 벅차오르면서 읽었는지 모른다. 배우들이 현장에서 너무 우니까 나중에는 ‘이제는 눈물이 말라서 잘 할 수 있어’ 이러고 촬영 들어가면 또 울고 그랬던 영화다. 결과물이 좋으니까 배우로서는 신난다. 이제는 편히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영화에서 극중 이름도 그냥 ‘영석엄마’다. 사실 수많은 영화에서도 ‘중년 여선생1’ 맞선녀2‘ 등 제대로 된 이름이 없었는데 서운하지 않나.
처음부터 영화 데뷔작인 ‘친절한 금자씨’에서는 오수희란 당당한 이름으로 가서 그런가.(웃음) 작지만 나에겐 소중한 역할들이라 여기에 불만은 없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소원’은 설경구 선배가 ‘스파이’ 때 나를 보고 추천했다더라. 이준익 감독님도 내 존재를 모르고 계셨다. 그러다 만나서 아래 위를 훑으며 보시는데 척 보기에도 애엄마 같으니까 단번에 합격한 것 같다. 나는 영석엄마를  약간의 미안함이 있는 캐릭터라고 봤다. 영화에서는 자세히 안 나오지만 그런 몹쓸 짓을 당한 아이가 옆집 소원인 걸 모르고 막 떠든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랄까. 결혼과 임신으로 2년 정도 쉬다 운좋게 영화로 건너왔기 때문에 모든 역할이 너무 소중하다. 그리고 이렇게 불러줄 때 더 열심히 해야지. 감히 소비된다는 생각조차 하지 말아야 된다고 본다.

쉽게 소화해 내지 못하는 역할들이 들어오는 것 같다. ‘친절한 금자씨’에서 성적으로 학대당한 죄수나 최근작인 ‘연애의 온도’에서도 유부남인 직장 상사와 눈맞는 은행원 역 등, 같은 사람으로 보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나.
영화 데뷔작을 찍은 것도 극적이다. ‘금자씨’의 마녀로 나오는 캐릭터가 바짝 마른 여자들을 싫어하는 캐릭터였지 않나. 몸매 좋은 간통녀와 바람피운 남편을 불에 구워 먹은 여자다. 그래서 마르지도 뚱뚱하지도 않은 어중간한 체형이 필요했는데 그때 결혼과 출산을 경험하며 한 2년 쉬며 부은 몸을 하고 있었던 내가 눈에 띈 거다.(웃음) 임신 당시에 14kg이 쪘는데 아들이 태어날 당시 4.2kg이었다. 그런데 4kg만 빠지고 몸무게 변동이 없었다. 그러다 운좋게 영화 쪽으로 건너오게 됐다. ‘연애의 온도’는 사실 그런 콩가루 은행이 어딨겠나.(웃음) 유부남 상사와 연애하다 다른 남자와 결혼했는데, 전 애인이 이혼하고 돌아오자 결국엔 자기도 이혼하고  맺어지는 커플이 나오니까. 게다가 내가 맡은 역할이 마지막에 임신한 상태로 나와서 말이 많았다. 그 영화를 만든 노덕 감독님이 정말 재미있는 분이라 찍으면서도 소재와 다르게 유쾌했다. 주인공들이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는 것들은 모두 감독의 경험담이란다. 그러니 얼마나 생생하겠나.

라미란 필모그래피에서 찾은 스틸컷들. 그의 이름을 몰랐어도 얼굴을 보면 아하~ 그 배우 할 것이다.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 영화 ‘소원’ ‘댄싱퀸’ ‘연애의 온도’ ‘스파이’

종편 드라마 ‘맏이’에 나오는 것은 개인적인 기억에 기반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드라마와 같이 5남매는 맞지만 난 막내다.(웃음) 사실 은유가 멋지고 말의 표현이 재미있어서 출연하게 됐다. 트렌디 드라마가 가지지 않은 특유의 맛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거든. 비중은 작지만 현장에 갈 때마다 많이 배운다. 드라마 ‘상속자들’은 7회 대본까지 나왔는데 아직 소식이 없다. 이러다 안 하는 건 아닌지 몰라.(웃음) 모든 작품들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유년시절 경험이나 추억이 들어간 작품들에는 아무래도 애정이 있다. 살면서 경험하는 것들.

‘막돼먹은 영애씨’의 추석 방영편은 공감을 많이 했다. 시댁에 가기 싫어서 최대한 늦게 내려가려는 며느리 역할이 정말 실감나던데.
아우~‘영애씨’의 작가들은 정말 천재다. 어쩌면 그렇게 맛깔나는 설정들을 써내는지. 하면서도 웃겨 죽는 줄 알았다니까. 실제로는 맏며느리이고, 1년의 5일 정도인데 왜 시댁에 충성 못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왜 동서들이 꼭 당일에 오고, 죽어도 그날 친정에 가려고 하는지 잘 모르겠더라. 일단 해야 되는 건 하자 주의거든. 올해는 처음으로 전날까지 촬영이 있어서 추석 당일 내려갔는데 역시나 동서들이 많이 안 해놨더라고.(웃음) 괜히 내가 불안해하며 뭘 만들고 기분 맞추고 그랬다니까.

남편분이 신성우씨 매니저였지 않나. 같은 계통의 일을 해서 시댁 스트레스에 대해서만큼은 확실한 버팀목이 되어주지 않았을까 싶은데.
다시 한번 말하지만 결코 내가 먼저 반하지 않았다.(웃음) 정말 뭣 모르고 결혼한 거지. 어떻게 만났냐고? (신)성우오빠와 함께 뮤지컬을 할 때였는데, 그때 춤을 같이 추는 분이 팔을 돌리다가 내 목을 심하게 친 거다. 성대가 상하고 멍이 시퍼렇게 들었는데 병원에 갔다가 현장에 다시 오니 너무 걱정을 하는 거다. 그걸 계기로 고백을 받았는데, 나는 그런 걸 장난으로 넘겨 버리는 스타일이다. 사실 배우 매니저와 출연자로 만났으니 친분이 있어 봐야 얼마나 있었겠나. 그런데 나이대도 비슷하고 해서 친해졌다. 그렇게 결혼할 때까지 공을 엄청나게 들이더라고. 그때 성우오빠가 드라마로도 대박치고 엄청 바빴을 땐데 자기가 못 오면 친구를 보내서라도 나를 출퇴근 시켰다. 1년 반 넘게.

지금은 어떤가.
늦는다고 전화 하면 알아서 들어오라고 하고 끊어버린다.(웃음) 결혼 전에, 한번 발을 빼면 안 찾는 게 이 바닥이니 활동하는 걸 다 이해해준다는 확답을 받고 했다. 시부모님 입장에서도 분칠하는 며느리에다 돈은 못 벌고 불만이 많으셨을 거다. 하지만 잘 챙겨주시고, 그런 면에서는 항상 감사하다. 우습게도 남편 이후 성우오빠 매니저를 맡은 사람도 출연 배우하고 결혼했다. 문제는 아직까지 당사자(신성우)는 못 갔다는 슬픈 진실이지.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라미란. 보랏빛 홀터넥 드레스로 멋을 냈다.

그렇다면 아들은 어떤가. 배우인 엄마를 이해하는 편인지 궁금한데.
올해 10살인데 잘 이용해 먹는 것 같다. 아들 친구들이 나를 만났을 때 “저 ‘스파이’ 봤어요”하면 으쓱해하고 그런다. 드라마 ‘장옥정’ 할 때인가. 그때 김태희와 함께 나오는 신이 있어서 누가 더 예쁘냐고 물어봤더니 “당연히 엄마가 더 예쁘지. 단지 역할 때문에 분장을 저렇게 해서 그런 거잖아”하더라. 내가 사실 주책 부리고 센 역할들만 주로 하니까 대답하기 곤란했을 텐데, 그 대답을 들으니 사회생활 참 잘할 것 같다.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동시에 점령하느라 일상은 없는 것 같다.
죽은 듯이 지낸다. 씻는 걸 싫어해 언젠가는 화장하고 3일간 지우지도 않고 돌아다닌적 도 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사람들이 알아봐 난감하다.(웃음) 돌이켜보면 가장 힘들었을 때가 결혼 후 3,4년? 그쯤이었다. 그때 모유수유를 하느라 몸이 초죽음이었는데 일을 쉬니 돈도 없었다. 마트라도 나갈 돈이 있으면 그게 나에겐 나들이인 거다. 그러다 영화를 만났으니 얼마나 날아가겠나. 하지만 압박감도 심했다. 뭔가 큰 재미를 주거나, 내 역량 이상으로 더 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었거든. ‘스파이’ 때가 특히 심했는데, 현장에서 나를 본 윤제균 감독님이 차라리 노멀하게 가자고 하더라고. 역할이 야쿠르트 요원이었는데, 시사 후에 포스터를 찍으러 오라는 거다. 의외로 내 장면에서 빵빵 터진 거다. 다니엘 헤니의 화장실 장면을 보고는 ‘제가 잡으러 갔다 오겠습니다’ 하는 대사들. 그런 변화들이 나는 즐겁다. 일상이 없어도 배우로서의 내 삶이 진짜 행복하다. 그래서 단역이어도 분량을 따지기보다는 잘할 수 있나 없다는 먼저 본다.

하지만 꼭 출연하고 싶은 영화에 밀린다던지 하는 슬픔을 겪을 때는 빨리 떠야지 하는 다짐이 생기기도 할 것 같다. ‘설국열차’도 무척 하고 싶었는데 안됐다고.
말이 와전돼서 봉준호 감독님한테 까였다는 둥 이런 기사가 났는데, 정말 아니다. 아무래도 이쪽에 있다 보면 영화소식을 먼저 접하니까 누구보다도 거기에 탑승하고 싶은 건 사실이었다.(웃음) 그런데 한국인으로는 달랑 2명(송강호,고아성)만 나온다는 거야. 나머진 죄다 외국인이고. 게다가 체코랑 해외 올로케라니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그것 말고도 비슷하게 원래 하려던 역할이 바뀌어 손만 나온다거나, 아님 그 감독의 다른 영화로 건너가는 등 파란만장한 일들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한켠에서는 박리다매 배우라는 지적도 나온다.
두렵긴 하다. 너무 다양한 캐릭터를 하니, 최선을 다 안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한 작품에만 올인 하는 배우들도 부럽고,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갈증도 무시할 수 없다. 한마디로 요즘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셈이니까. 하지만 그 사람의 몫에 맞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결심에는 변함이 없다. 나는 ‘직업’으로서 배우인 게 너무 좋기 때문에 앞으로는 다작보다는 집중 할 수 있는 캐릭터에 무게감을 더하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잠시 생각하더니) 굳이 캐릭터를 고르고 싶지 않다. 가슴절절하든, 미쳐서 광란에 들뜨든, 뭔가를 다 토해 낼 수 있는 캐릭터에 집중하려고 한다. 그게 모성이든 사랑이든 정의 할 수 없지만 내가 뭔가를 다 걸 수 있는 그런 역할이 내게 올 거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