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entertainment]



 
작성일 : 14-07-04 12:20
[캐릭터 열전] 희극 너머의 페이소스 '막영애' 라미란 과장
 글쓴이 : DJ ENT
조회 : 1,561  
   http://www.sportsq.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212 [1126]
[스포츠Q 용원중기자] 노처녀 이영애(김현숙)를 중심으로 대한민국 직장인의 리얼한 현실을 그리는 tvN 목요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3에는 영애씨 말고도 ‘막돼먹은’ 인물이 있다. 바로 낙원종합인쇄소 디자인과장 라미란이다.
시즌12부터 출연한 라 과장은 낙원사에서 13년째 일해 온 디자이너 겸 경리다. 시시각각 기분이 변해 직원들 사이에선 ‘시간 또라이’로 불린다. 낙원사의 속사정을 꿰고 있는 그는 낙원사의 권력은 철부지 사장 이승준이 아닌 그의 아버지 왕회장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알기에 꼭대기층에 거주하는 왕회장네 살림까지 도맡는 등 아부의 끝판왕 면모를 보인다.
   
▲ [사진=tvN 화면 캡처]
경력과 나이가 같은 영애를 향해 텃세를 부리고 수족처럼 부리려 한다. 일순 맘에 드는가 싶으면 인심 쓰듯 공짜·할인 쿠폰을 핸드백에서 조심스레 꺼내 영애의 가슴팍에 쑤셔 넣는다. “넣어~도!”란 말과 함께. 물론 이후 태도가 맘에 들지 않으면 “내놔!” 하며 냉정하게 거둬들인다. 그러던 영애가 자신과 동급인 과장으로 승진하자 술 취한 사장이 하지도 않은 말까지 날조해 부장 승진에 목을 맨다. 오갈 데 없는 지순을 거둬들여 영업사원으로 앉힌 뒤 자신의 심복으로 활용하려 든다.
동료 및 부하 직원들이 한 일을 가로채 자신의 공으로 포장하질 않나, 곤란한 일이 있을 때마다 남편 핑계, 자식 핑계를 대며 요리조리 빠져 나간다. 직원들에게 밥 한 번 산 적 없는 라 과장은 회식에 가면 남은 음식을 검은색 비닐 봉다리에 악착같이 쓸어 담는다. 사장으로부터 “소름끼쳐!”란 날선 비판에도 꿋꿋하기만 하다.
직장 내 이런 직원은 말 그대로 진상이다. 하지만 ‘똘기’ 충만한 진상으로만 여겨지지 않는 건 그가 애환 많은 하우스 푸어 워킹맘이면서도 용감무쌍하게 현실에 대처하기 때문이다.
   
▲ [사진=tvN 화면 캡처]
변변한 새 옷 한 벌, 가방 하나 없는 라 과장의 궁상맞고 억척스러운 모습은 벌이가 시원치 않은 남편과 아이들 교육비 막느라 허덕이고, 간신히 내집 마련은 했지만 매달 대출금 상환에 숨통 조이는 대한민국 사회의 보통 아내이자 어머니의 초상이다. 약간의 돈이라도 생길라 치면 남편과 자식 먼저다. 영애의 영전은, 자신의 승진은 그리고 라인 만들기는 그에게 권력다툼 이전에 ‘돈=생존’의 문제라 절박할 수밖에 없다. 얄밉다가도 애잔해지는 이유다.
성실하고 능력 있음에도 나이와 신체조건 탓에 온갖 차별을 겪는 영애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가끔 ‘막돼먹은’ 행동을 하는 것과 비슷하게, 라미란 역시 ‘막돼먹은’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막돼먹은’ 행동을 서슴지 않는 점은 몹시도 웃프다(웃기면서 슬프다).
라미란 과장을 연기한 배우 라미란(39)은 연기의 종합편을 보여준다. 일본 가부키 주인공 같은 마스크에 하이톤의 콧소리를 내며 앙칼지거나 비굴하기 짝이 없는 상황을 코믹하게 그려내는가 하면, 눈물을 펑펑 쏟는 대목에선 비극의 여주인공이 따로 없을 정도다.
서울예대 연극과를 졸업한 후 뮤지컬·연극배우로 활동하다가 2005년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로 영화 데뷔한 그는 무수한 작품에서 단역·조연을 전전하며 온갖 캐릭터에 몸을 실었다. 그런 연기 역사가 투영된 캐릭터가 라미란 과장이다. 희극적인 모습 틈틈이 고단한 삶의 페이소스를 찍어내는, 경험으로부터 체화된 연기력은 이 시즌제 드라마가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게 하는 일등 공신임에 분명하다.
막돼먹은 세상을 향한 라미란 과장의 고군분투기는 언제까지 계속될까.